집에서 간단히 만드는 프랑스식 정통 크레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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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는 스위스의 경제 중심지이자, 다양한 식문화가 융합된 곳입니다. 여행 첫날, 저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크로넨할레(Kronenhalle)'를 방문했습니다. 피카소와 샤갈의 원화가 벽에 걸린 이 레스토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미술관 같은 곳이었죠. 이곳의 '즈뤼허 게슈네츨첼테스'는 송아지 고기를 얇게 썰어 버섯 크림소스에 조리한 요리로, 한 입 먹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침에는 취리히 현지인들이 줄 서는 '히글리 베이커리'를 찾았습니다. 빵집이라고 하기엔 너무 고급스러웠는데, 특히 그들의 버터 브레첼은 바삭함과 부드러움의 완벽한 조화였습니다. 베이커리에서 만난 현지인은 "취리히에서 30년 살았지만, 아직도 매일 아침 이 맛에 반한다"고 말하더군요.
루체른에 도착한 저녁, 발트슈테터호프 레스토랑에서 스위스 정통 치즈 퐁듀를 맛보았습니다. 알프스 고산지대에서 생산된 그뤼예르와 에멘탈 치즈가 블렌딩된 퐁듀는 와인의 향과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테이블 옆자리의 스위스 노부부는 "진짜 스위스를 맛보고 싶다면 치즈를 따라가라"고 조언해주셨죠.
다음 날은 리기산 정상의 '베르그하우스 리기 클룸'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해발 1,800m에서 즐기는 로스티는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진 알프스 전경을 바라보며 먹는 바삭한 감자 요리는, 높은 고도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루체른 시내로 돌아와서는 지역 농부들이 추천한 '하우스 디어 난데'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철학을 실천하는 곳으로, 그날 아침에 수확한 제철 채소로 만든 샐러드는 신선함 그 자체였습니다.
제네바의 '도미니크 굴루'는 예약을 3개월 전에 해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미슐랭 2스타 셰프의 혁신적인 요리는 프랑스와 스위스 음식의 경계를 아름답게 허물었습니다. 특히 레만 호수에서 잡은 생선으로 만든 요리는 호수의 청량함을 그대로 담아낸 듯했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카페 드 파리'를 찾았습니다. 메뉴는 단 하나, 앙트르코트 스테이크뿐이었지만, 90년간 비밀로 지켜온 특제 버터 소스는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옆자리 제네바 시민은 "우리는 이 소스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며 농담을 건넸습니다.
오후에는 제네바 구시가지의 숨은 보석 '레 트루아 솔레이유'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주방장이 직접 테이블에 나와 오늘의 식재료에 대해 설명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날의 계절 디저트는 스위스의 가을을 그대로 담아낸 듯했습니다.
스위스 여행에서 만난 음식들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담은 이야기였습니다. 눈부신 알프스의 풍경도 좋았지만, 때로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따뜻한 대화와 정성 어린 요리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스위스를 여행하신다면, 유명 관광지만 쫓기보다 이런 작은 맛집들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진짜 스위스의 맛을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미식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