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도시, 광저우에서 5일간의 여행

 

첫 만남, 설렘 가득한 광저우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저우의 첫인상은 숨 막힐 듯한 화려함이었다. 고층 빌딩들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과 그 사이로 흐르는 주강(珠江)의 모습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졌다. 중국 남부 최대 도시이자 광둥성의 수도인 광저우, 그 5일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첫날 저녁, 주변 골목을 산책하며 느낀 광저우의 첫 매력은 '대비'였다. 현대적인 건물 사이로 보이는 전통 가옥, 호화로운 쇼핑몰 옆에 자리한 오래된 시장까지. 이곳은 분명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였다. 그날 밤, 근처 작은 식당에서 맛본 첫 광둥 요리는 여행의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둘째 날, 광저우의 랜드마크를 만나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근처 딤섬 레스토랑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갓 찐 딤섬의 향긋한 증기와 함께 마신 중국차는 아침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특히 '하가우(蝦餃)'라 불리는 새우 딤섬과 '차슈바오(叉燒包)'의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었다.

오전에는 광저우의 상징인 광저우 타워(广州塔)를 찾았다. 현지인들은 이를 '칸톤 타워' 또는 '꽃봉오리 타워'라고도 부른다. 600m가 넘는 높이의 이 거대한 구조물은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자, 광저우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맑은 날씨 덕분에 주강을 따라 뻗은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TV 타워 중 하나라고 하더니, 정말 대단하네요."

옆에서 사진을 찍던 관광객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점심으로는 타워 내 회전 레스토랑에서 광둥식 해산물 요리를 맛보았다. 천천히 회전하는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특히 '소금과 후추 새우(椒鹽蝦)'와 '청도(清蒸魚)' 요리는 신선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광둥 요리의 정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먹는 점심이라니,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테이블 위에 놓인 오늘의 식사 사진을 찍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오후에는 타워 주변의 해천광장(海心廣場)을 산책했다. 넓은 광장과 잘 정비된 정원, 그리고 주강 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현지인들의 휴식 공간이자 관광객들의 인기 명소였다. 특히 해 질 무렵, 타워와 주변 건물들의 화려한 조명이 켜지기 시작할 때의 광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셋째 날, 광저우의 역사를 만나다 - 천자츠와 샤오먼 섬

셋째 날은 광저우의 역사적인 명소를 탐방하는 날로 계획했다. 아침 식사 후 첫 목적지는 천자츠(陈家祠)였다. 청나라 말기에 지어진 이 전통 사원은 광둥 지역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천자츠에 들어서자마자 정교한 목조 조각과 화려한 지붕 장식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당 내부를 천천히 거닐며 벽에 새겨진 역사적 이야기들을 감상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광둥성 72가(家)' 이야기를 담은 전시관이었다. 광둥 지역 72개 가문의 역사와 그들이 남긴 유산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런 곳에서 역사를 느끼니 책으로 배우는 것과는 정말 다르네요."

안내 책자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사당 구경을 마친 후, 근처 작은 찻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중국 특유의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차를 마시며 옆 테이블에 앉은 노인들이 중국 장기를 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진지한 표정과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정겨웠다.

오후에는 샤오먼 섬(沙面岛)으로 향했다. 19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조계지였던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유럽풍의 건축물들과 넓은 가로수길, 그리고 조용한 카페들이 광저우의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여기가 정말 중국인가? 마치 작은 유럽 마을에 온 것 같아."

가이드북을 보며 길을 찾던 중, 비슷한 생각을 하는 다른 관광객과 눈이 마주쳤다.

샤오먼 섬의 카페에서 망고와 자몽이 들어간 현지 디저트 '양즈감로(杨枝甘露)'를 맛보았다. 달콤한 맛과 상큼한 과일의 조화가 더운 날씨에 완벽한 간식이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주강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시간은 여행 중 가장 여유로운 순간 중 하나였다.

넷째 날, 광저우의 맛을 탐험하다

광저우 여행의 넷째 날은 온전히 음식 탐방에 할애했다. 광둥 요리(粤菜)는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로, 신선한 재료와 다양한 조리법으로 유명하다. 아침부터 리완 시장(荔湾市场)을 찾아 현지인들의 식문화를 체험했다.

시장은 이미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신선한 해산물, 다양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수많은 길거리 음식 가판대가 시선을 끌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백숙 오리(白切鸭)'를 파는 가게였다. 단순히 삶아낸 오리고기지만, 그 육즙과 식감이 놀라웠다.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이렇게 단순한 조리법인데도 이런 깊은 맛이 나다니..."

한 입 베어 물고 감탄했다.

시장에서 나와 근처 작은 찻집에서 점심을 했다. 여러 종류의 딤섬을 맛보았는데, 그중에서도 '짱저우펀(蒸肠粉)'이라는 쌀국수 요리가 기억에 남는다. 부드러운 쌀 피에 새우나 돼지고기를 넣고 간장 소스를 뿌려 먹는 음식이었다. 간단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오후에는 베이징루(北京路) 쇼핑 거리를 탐방했다. 현대적인 쇼핑몰부터 전통 시장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리 중간중간에 보이는 유리 바닥 아래 전시된 고대 도로 유적이었다. 현대 도시 한복판에서 만나는 역사의 흔적이 신기했다.

"발 아래 저 길을 수 백 년 전 사람들이 걸었다니..."

유리 바닥을 통해 보이는 고대 도로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녁에는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해산물 레스토랑을 찾았다. '광저우식 게 요리(姜葱蟹)'와 '청도(清蒸魚)'를 주문했다. 신선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조리법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생강과 파를 곁들인 게 요리는 이번 여행 중 최고의 한 끼였다.

마지막 날, 광저우의 마지막 추억 만들기

여행 마지막 날,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했다. 남은 시간 동안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을 최대한 둘러보고 싶었다. 첫 목적지는 운삼공원(越秀公园)이었다. 광저우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으로, 도심 속 녹색 쉼터였다.

공원에 들어서자 아침 운동을 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태극권을 수련하는 노인들, 팔단금을 하는 중년들, 그리고 조깅을 하는 젊은이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공원 중앙에는 광저우의 상징인 오양석상(五羊石像)이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다섯 명의 신이 다섯 마리의 양을 타고 광저우에 곡식의 씨앗을 가져와 기근을 해결했다고 한다.

"그래서 광저우를 '양성(羊城)'이라고도 부르는구나."

안내판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으로는 여행 내내 먹고 싶었던 '광저우식 쌀국수(牛腩粉)'를 찾아 나섰다. 현지인들로 붐비는 작은 식당에서 소고기와 국수가 어우러진 깊은 맛의 국수를 맛보았다. 육수의 깊은 맛과 쫄깃한 국수, 그리고 부드러운 소고기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이런 맛을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다면..."

마지막 한 방울까지 깨끗이 비우며 아쉬움을 달랬다.

오후에는 마지막 쇼핑을 위해 칭핑 시장(清平市场)을 찾았다. 다양한 기념품과 현지 특산품을 구경하며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선물을 골랐다. 특히 광저우 특산품인 '건란화(建兰花)'차와 전통 자수 공예품이 눈에 띄었다.

저녁에는 주강(珠江) 크루즈를 예약했다. 강을 따라 펼쳐지는 광저우의 야경은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완벽했다. 광저우 타워를 비롯한 주요 건물들의 화려한 조명이 강물에 반사되어 마치 별들이 강물 위에 떠있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정말 아름답다...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풍경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여행을 마치며 또 다시 찾고 싶은 광저우

5일간의 광저우 여행은 짧지만 강렬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중국 남부의 대도시라는 인상만 갖고 있었는데, 여행을 마치고 나니 광저우는 깊은 역사와 풍부한 문화, 그리고 다채로운 맛의 도시로 기억되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였다. 고층 빌딩 사이로 보이는 전통 사원, 현대적인 쇼핑몰 옆에 자리한 재래시장, 그리고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매장 앞에서 전통 광둥 간식을 파는 노점상까지. 광저우는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도시였다.

음식 또한 광저우를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신선한 재료와 담백한 맛을 중시하는 광둥 요리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았다. 특히 딤섬과 해산물 요리는 다시 광저우를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될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미처 가보지 못한 곳들도 많았다. 광저우 박물관, 바이윈 산(白云山), 유에슈 동물원 등은 다음 방문을 위한 리스트에 추가해두었다. 언젠가 다시 광저우를 찾게 된다면, 더 깊이 있게 이 도시의 매력을 탐험하고 싶다.

광저우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 숨 쉬는 도시였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맛본 음식들, 그리고 경험한 문화는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짜이찌엔(再见), 광저우. 또 만나자."

비행기에 오르며 창밖으로 보이는 광저우의 스카이라인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